나무와 진디
link  관리자   2024-07-09


모든 나무 종에는 그 나무만 노리는 기생 생물이 따로 있다.
그래서 실버 전나무도, 가문비나무도, 참나무도, 너도밤나무도 나무의 종에 따라 각가 다른 종의 진디를 먹여 살린다.
잎의 생태적 니치는 이렇게 이미 꽉 차 버렸으니, 힘들지만 하는 수 없이 두꺼운 껍질을 뚫어 그 밑에 숨은 수액관을 노리는 종들도 있다.

너도 밤나무 솜털깍지벌레가 대표적인데, 껍질에 사는 이런 진디들은 나무줄기 전체를 은백색 솜털로 뒤덮는다. 사람으로 치면 옴이 오른 것과 같다. 진물이 흐르는 상처는 잘 아물지가 않아서 껍질에 온통 딱지로 앉아 거칠거칠해진다. 설상가상, 그 상처 난 곳으로 균류와 박테리아까지 침범하면 나무는 극도로 쇠약해져 목숨을 잃고 만다.

그러니 나무라고 가만히 앉아 당할 수만은 없다. 이런 해충을 퇴치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한다. 그럼에도 진디의 습격이 계속되면 나무는 수피를 조금 더 두껍게 만들어 진디를 털어 낸다. 그리고 나면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진디에게서 해방 될 수 있다. 해충의 문제는 감염 가능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놈들은 엄청난 식욕으로 나무가 저장해 놓은 영양분을 무차별적으로 빼 먹는다.
1제곱킬로미터 숲에서 수백 톤의 당분을 나무로부터 빨아 먹을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나무가 성장을 위해, 다가올 봄을 위해 아끼며 저장해 둔 귀한 당분이다.

그렇지만 한편에선 이런 진디를 반기는 동물들이 있다. 무당벌레 같은 곤충들은 진디를 맛있게 잡아 먹는다. 숲에 사는 개미들은 진디 자체보다 진디가 배출하는 단물을 노린다. 단물 배출을 촉진하기 위해 개미는 더듬이로 진디를 자극하고, 그럼 진디는 자기도 모르게 배설을 하게 된다. 개미들은 다른 생물이 이 소중한 진디 식민지를 노리지 못하게 아예 보초까지 선다.

까마득히 높은 저곳 나무 꼭대기에서 벌어지는 진짜 가축 사유인 셈이다. 개미들이 미처 다 먹지 못한 단물도 그냥 헛되디 버려지지 않는다. 나무에서 떨어진 단물이 주변 초목을 뒤덮으면, 그것을 먹기 위해 균류와 박테리아가 몰려든다. 그래서 단물이 덮인 부위가 곰팡이가 핀 것처럼 꺼멓게 변한다.

우리의 꿀벌도 진디의 배설물을 유용하게 쓴다. 꿀벌은 단물 방울을 흡입한 후 그것을 벌집으로 가져가서 다시 토해 낸 다음 검은 색깔의 꿀로 반든다. 꽃과는 아무 상관없이 만들어진 꿀인데도 사람들한데 무척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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